바쁘게 돌아가는 업무 속, 금쪽같은 점심시간. 늘 그렇듯 동료들과 ‘오늘 뭐 먹지?’를 몇 번이나 되묻다 결국 늘 가던 곳으로 발걸음을 향하려던 찰나, 동료 하나가 넌지시 제안을 던졌다. “오늘 점심은 좀 색다르게, 고창읍성 근처 괜찮은 데 가보지 않을래요?”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과연 점심시간에 맞춰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그래, 오늘은 좀 달리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해보니, 이미 식당 앞 공영주차장은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며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톡톡 튀는 디자인의 건물 외관은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깔끔하고 정돈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은 온데간데없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안쪽 테이블에는 몇몇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곧바로 메뉴판을 살폈다. 다양한 순두부와 청국장 메뉴, 그리고 곁들임 메뉴까지. 이미 몇 번 다녀온 동료의 추천에 따라, 우리는 각자 취향에 맞는 메뉴를 골랐다. 나는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인 흰순두부를, 동료들은 모양성두부와 청국장을 선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점심상이 차려졌다. 단순히 메인 메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갈하게 담긴 여섯 가지의 찬들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나하나 맛보니, 왜 이 집이 고창에서 꼭 들러야 할 식당으로 꼽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짭조름한 멸치볶음, 아삭한 김치, 새콤달콤한 무생채, 향긋한 나물무침, 그리고 짭짤한 젓갈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두 훌륭했다. 특히, 맵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하는 김치와, 씹을수록 고소함이 올라오는 멸치볶음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본격적으로 메인 메뉴를 맛볼 시간. 가장 먼저 나의 흰순두부가 나왔다. 뚝배기 가득 담겨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숟가락으로 한 스푼 떠서 입안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움과 담백함이 일품이었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의 식감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고, 맵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올라오는 감칠맛이 훌륭했다. 맵기 조절이 가능하다고 하니,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모양성두부도 살짝 맛을 보았다. 큼직하게 썰어 나온 하얀 순두부는 겉보기에도 튼실해 보였다.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마치 갓 만든 치즈를 먹는 듯한 고소함을 선사했다. 김치와 함께 곁들여 먹으니, 그 조화가 예술이었다. 순두부 자체의 고소함과 잘 익은 김치의 새콤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집의 또 다른 자랑인 청국장은, 그 진한 향만큼이나 깊고 구수한 맛을 자랑했다. 쿰쿰한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한번 그 맛에 길들여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톡톡 터지는 콩알의 식감과 함께 구수한 국물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맵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이 집 청국장은, 오랜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함께 온 동료 중 한 명은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는데, 그 푸짐함에 또 한 번 놀랐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는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뼈를 발라내고 살을 발라내니,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났다. 짭짤한 간이 적당히 배어 있어 밥반찬으로도 훌륭했고,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으니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둘이서 먹기에 넉넉한 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어서 남기기 아쉬울 정도였다.
점심시간은 늘 촉박하기 마련이지만, 이곳에서는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회전율이 좋아서인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 살짝의 웨이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식사 중간중간 직원분들도 친절하게 응대해주셨고, 전반적으로 식당 분위기도 쾌적해서 좋았다. 혼자 와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하기도 좋고, 동료들과 함께 와서 다양한 메뉴를 맛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육전품은 비빔모밀과 냉모밀도 맛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다음번 점심 방문 시에는 꼭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에 빼곡하게 적힌 다른 메뉴들도 눈길을 끌었고, 이곳이 왜 고창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러야 할 맛집으로 회자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점심시간의 짧은 여유를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 같았다.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와 함께, 오후 업무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맛의 여운을 곱씹으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고창에 온다면, 혹은 든든하고 맛있는 점심을 원한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