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찾았던 시장 귀퉁이의 작은 국숫집. 희미한 기억 속 그 따뜻한 온기를 찾아, 대구 서재의 한 옹심이칼국수 맛집으로 향했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듯, 설렘과 약간의 궁금증을 안고 길을 나섰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넓은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차들로 가득했지만,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있어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갓길에도 차들이 늘어선 걸 보니,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옹심이 메밀 칼국수 막국수”라고 적힌 간판이 정겹게 맞이해준다. 간판 옆에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닭 그림이 그려져 있어 시골집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신발을 벗고 마루로 올라가야 했다. 테이블 자리도 있었지만, 어쩐지 마루에 앉는 것이 더 운치 있을 것 같아 망설임 없이 자리를 잡았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나무의 감촉이 어릴 적 할머니 댁에 온 듯 포근하게 다가왔다.
메뉴판을 보니 옹심이칼국수, 막국수, 감자전 등 소박하면서도 정감 가는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옹심이칼국수와 감자전 조합은 이 집만의 특별함이라고 하니, 망설일 필요 없이 옹심이칼국수와 감자전을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옹심이칼국수 9,000원, 감자전 9,000원, 동동주 6,000원 등의 가격이 적혀 있었다.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옹심이칼국수가 눈앞에 놓였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칼국수는 소박하지만 정갈한 모습이었다. 뽀얀 국물 위에는 김 가루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져 있었고, 옹심이 몇 알이 얌전히 떠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보니, 굵직한 메밀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진하고 깊은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김 가루의 향과 깨소금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요로운 맛을 선사했다. 간이 살짝 되어 있어, 다른 양념 없이도 충분히 맛있었다.

면은 굵고 쫄깃했다. 일반적인 칼국수 면과는 달리, 메밀면 특유의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릴 때마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무게감에서, 면의 넉넉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옹심이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포슬포슬했다. 흔히 먹던 반투명하고 매끄러운 옹심이와는 다른, 이 집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옹심이였다. 숟가락으로 떠서 국물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칼국수를 반쯤 먹어갈 때쯤, 기다리고 기다리던 감자전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 가득 담겨 나온 감자전은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얇게 채 썬 감자를 노릇하게 구워낸 감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감자전을 찢어 간장 양념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고소한 감자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겉의 바삭함과 속의 쫀득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식감 또한 훌륭했다. 칼국수와 감자전의 조합은, 정말이지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김치였다. 겉절이와 깍두기, 두 종류의 김치는 칼국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특히 겉절이는 신선하고 아삭한 배추에 매콤 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었다. 깍두기 또한 적당히 익어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 칼국수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김치는 셀프바에서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정신없이 칼국수와 감자전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남길 수 없어,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깨끗하게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가게 한쪽에는 커피 머신이 마련되어 있어, 식사 후 무료로 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가게 밖으로 나오니, 푸르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옹심이칼국수 1인분과 감자전을 주문했는데, 예전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 듯했다. 옹심이칼국수는 10,000원, 감자전은 8,000원이었다. 하지만 맛과 양을 생각하면, 결코 아깝지 않은 가격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서재 박곡의 옹심이칼국수집.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분위기는, 나를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데려다주는 듯했다. 옹심이칼국수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과 깊은 맛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대구 여행 중 따뜻한 국물과 푸짐한 인심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다음에는 여름에 방문하여 시원한 막국수를 맛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