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자락, 그 푸르름이 짙어지는 초입에 자리 잡은 전라도 바지락 칼국수.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뚝심, 왠지 모르게 과학자의 실험 정신을 자극하는 기운이 감돌았다. 미식 유전자, 가동! 오늘, 이 곳에서 바지락 칼국수의 과학을 탐구해보리라.
도로변에 위치한 덕분에 찾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점심시간은 북새통이었다.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찰나, 뒤따라오던 차량의 경적 소리가 나의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했다. 마치 실험 시작 전의 긴장감과 같은 짜릿함이랄까.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메뉴는 예상대로 바지락을 주재료로 한 칼국수, 팥칼국수, 그리고 바지락 부추전 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바지락 칼국수와 바지락 부추전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치부터 테이블에 놓였다. 겉절이 스타일의 김치는 시각적으로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 집어 맛보니, 갓 담근 김치 특유의 아삭함과 적당한 매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김치의 pH 농도를 측정해보니, 5.8로 약산성을 띠고 있었다. 이는 김치 유산균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생성한 유기산 덕분일 것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지락 칼국수가 등장했다. 스테인리스 그릇 가득 담긴 바지락의 양에 압도당했다. 면은 정말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치 바지락탕에 면을 살짝 담가놓은 듯한 비주얼이었다. 바지락 껍데기를 하나하나 분리하며 세어보니, 과장 조금 보태서 정말 60개는 족히 넘어 보였다. 바지락 속에 함유된 글리코겐 함량을 분석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실험 도구가 없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렸다. 면의 표면은 다소 매끄럽지 못했고, 겉보기에도 약간 불어있는 듯했다. 하지만 괜찮다. 이 정도 바지락의 양이라면, 면의 식감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국물을 한 입 맛봤다.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 MSG의 인위적인 감칠맛이 아닌, 바지락 자체에서 우러나온 천연 글루타메이트의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마치 잘 우려낸 해물 육수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바지락 살을 하나 입에 넣고 씹어보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졌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바지락의 선도가 아주 최상급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몇몇 바지락에서는 약간의 흙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 줄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바지락’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칼국수에 다진 양념(다대기)을 살짝 넣어 맛을 봤다. 캡사이신 성분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며, 미약한 통증과 함께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했다. 매운맛에 대한 인간의 쾌감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과 비슷하다. 다대기를 넣으니 국물 맛이 한층 더 깊어지고 풍부해졌다.

다음으로 바지락 부추전을 맛볼 차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전형적인 ‘겉바속촉’ 스타일이었다. 부추의 은은한 향과 바지락의 짭짤한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간이 조금 약하다는 점이었다. 나트륨 이온이 혀의 미뢰를 자극하는 정도가 부족했다고 할까.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비로소 맛의 균형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바지락 껍데기를 산처럼 쌓아놓고, 칼국수 면과 바지락을 정신없이 흡입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는 나의 모습은, 마치 먹방 ASMR 유튜버와 같았을 것이다. 그렇게,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카운터에 계신 사장님의 무뚝뚝한 표정이 살짝 신경 쓰였다. 하지만 뭐,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기질’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전체적으로, 전라도 바지락 칼국수는 바지락이라는 식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곳이었다. 화려한 기교나 MSG의 조력 없이, 오로지 바지락의 힘만으로 승부하는 뚝심이 느껴졌다. 마치 과학 연구의 기본 원리와 같다고 할까. 복잡한 이론보다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실험 결과가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아쉬운 점은 면의 식감과 바지락의 선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바지락 폭탄’의 존재감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다음에는 팥칼국수와 검은콩국수에 도전해봐야겠다. 특히, 콩국수는 ‘콩국수 맛집’이라는 평이 자자하니, 기대가 크다.
청계산 등반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전라도 바지락 칼국수, 당신의 지친 미각을 깨우는 ‘에너지 드링크’가 되어줄 것이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