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으로 향하는 차창 밖 풍경은 마치 실험을 앞둔 연구자의 마음처럼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의 실험 목표는 단 하나,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완벽한 돈가스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최근 몇 달간 돈가스 레이더를 풀가동하며 일산, 파주 등 여러 ‘돈가스 맛집’들을 탐색했지만, 어딘가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제천에서 숨겨진 돈가스 맛집, ‘이소반’을 발견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여정을 떠났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아늑한 공간, 1층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는 실험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벽 한켠에는 귀여운 인형들이 옹기종기 놓여있어 정겨움을 더했다. 마치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

자리에 앉아 메뉴를 스캔했다. 메뉴는 단촐하게 돈가스 단일 메뉴. 이런 단일 메뉴 구성은 장인의 숨겨진 내공을 기대하게 만든다. 돈가스 소스의 맵기를 순한맛, 중간맛, 매운맛 3단계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매운맛에 약한 나지만, 살짝 매콤한 맛이 돈가스의 느끼함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중간맛을 선택했다.
주문 후, 식전 오뎅국물이 나왔다. 흔히 돈가스집에서 제공되는 밍밍한 국물이 아닌, 마치 선술집의 오뎅탕처럼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느껴졌다. 분석 결과, 멸치와 다시마를 오랜 시간 우려낸 육수에 고춧가루를 살짝 풀어 칼칼한 맛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수확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돈가스가 등장했다. 접시를 가득 채운 푸짐한 양에 입이 떡 벌어졌다. 12,0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압도적인 비주얼.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돈가스 위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갈색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곁들임으로는 양배추 샐러드, 밥, 단무지, 피클, 콘이 함께 제공되었다. 마치 어릴 적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먹던 추억의 돈가스 비주얼 그대로였다.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하기 전, 돈가스 겉면을 현미경 수준으로 관찰했다. 빵가루 입자는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었고,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튀김옷을 완성했다. 나이프를 들어 돈가스를 잘라보니, 촉촉한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퍽퍽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칼날이 닿는 순간 부드럽게 잘려나갔다.
첫 입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얇게 펴진 돼지고기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고, 바삭한 튀김옷은 경쾌한 식감을 선사했다. 특히, 중간맛 소스는 신의 한 수였다. 고추장의 캡사이신 성분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적당한 통증과 함께 쾌감을 유발했고, 돈가스의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마치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듯, 완벽한 맛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분석 결과, 소스는 단순한 시판용 소스가 아닌, 직접 만든 수제 소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판 소스 특유의 인위적인 단맛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단맛과 함께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아마도 사과, 양파 등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오랜 시간 끓여 농축시킨 후, 데미글라스 소스를 첨가하여 깊은 맛을 더한 것으로 추정된다.

돈가스와 함께 제공된 밥 또한 훌륭했다. 갓 지은 밥은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넘쳤다. 돈가스 소스를 살짝 적셔 밥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샐러드는 신선하고 아삭했으며, 유자 드레싱은 상큼함을 더했다. 느끼할 틈 없이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까지 완벽하게 수행했다.
밑반찬으로 제공된 깍두기와 오이피클 또한 수준급이었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아삭했으며, 오이피클은 새콤달콤하여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되어, 돈가스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큼지막한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을 좋아하는 듯, 낯선 나에게도 다가와 애교를 부렸다. 돈가스의 푸짐함과 고양이의 푸근함이 묘하게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실험 결과, 이소반의 돈가스는 완벽했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맛, 푸짐한 양,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제천 ‘지역명’을 다시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다음번에는 고구마 치즈 돈가스에 도전해봐야겠다. ‘맛집’의 검증, 성공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