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푸근한 부산 연산동 맛집, 오소리순대에서 느끼는 고향의 맛

어릴 적 읍내 장날이면 할머니 손 잡고 따라가 맛보던 그 순대 맛, 잊을 수가 없지라. 꼬소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뜨끈한 국물 한 숟갈이면 온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도시 살이에 찌든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해 가끔씩 순대국밥집을 찾아 헤매곤 한다. 그러다 최근, 부산 연산동에 숨겨진 보물 같은 맛집을 발견했다는 소문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왔지. 이름하여 ‘오소리순대’. 간판부터가 정겹다. 붓글씨로 큼지막하게 써놓은 상호하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 딱 내 스타일이더라.

가게 앞에 다다르니, 넉넉한 주차장이 먼저 눈에 띈다. 차 없이는 어디 다니기 힘든 세상인데, 이렇게 주차 걱정 없이 편하게 올 수 있다는 점이 참 맘에 들었어. 차를 대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나 소문대로 손님들이 북적북적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빈 자리가 거의 없더라. 역시 오래된 맛집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지.

오소리순대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정겨운 간판. ‘KBS, PSB 출현! 맛자랑의 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가게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었는데, 본관 말고 별관도 따로 있더라고. 나는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좋아해서 본관에 자리를 잡았지만, 조용하게 식사하고 싶은 사람들은 별관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 다만, 별관은 본관보다 조금 춥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참고하라고.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지. 스페셜 모듬, 순대 모듬, 술국, 순대탕… 뭘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

결정 장애가 있는 나를 위해, 옆 테이블에서 맛있게 순대 모듬을 먹고 계시던 어르신께서 한마디 건네셨어. “젊은 양반, 여기 오면 스페셜 모듬은 꼭 먹어봐야 돼. 안 먹으면 후회할 거요.” 어르신의 강력 추천에, 나도 스페셜 모듬 하나랑 순대탕(특탕)을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니, 정말 오래된 노포 분위기가 물씬 풍기더라. 알루미늄 샷시 문, 군데군데 벗겨진 벽지, 낡은 테이블… 마치 70~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어.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힙’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곳이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페셜 모듬이 나왔다. 접시 가득 담긴 순대와 수육, 그리고 각종 부속 부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어. 얼른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지. 스페셜 모듬에는 특히 두툼하게 썰린 수제 순대가 눈에 띄었는데, 일반 당면 순대와는 차원이 다른 비주얼을 자랑하더라.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딱 봐도 정성이 가득 들어간 순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

오소리순대 메뉴판
간결하게 메뉴가 적혀있는 메뉴판. 스페셜 모듬, 순대 모듬, 술국, 순대탕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순대 한 점을 집어 들고 냄새를 맡아보니, 꼬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참기름 소금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환상적이었어. 쫄깃한 겉피와 부드러운 속이 어우러져,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온다. 특히 순대 안에 콕콕 박힌 고구마가 독특했는데, 달콤한 맛이 순대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더라. 옛날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어. 아, 진짜 이 맛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꼭 한번 먹어봐야 안다니까.

수육도 빼놓을 수 없지. 야들야들하게 잘 삶아진 수육은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돼지 특유의 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특히 살코기 위주의 수육을 좋아하는데, 오소리순대 수육은 딱 내 취향에 맞더라.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다. 같이 나오는 무말랭이와 함께 먹으면 아삭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지.

스페셜 모듬과 소주
스페셜 모듬에 소주 한 잔! 이 맛에 사는 거 아니겠어?

순대와 수육을 번갈아 가며 먹으니, 술이 절로 땡기더라. 시원한 소주 한 잔을 들이켜니, 크으~ 이 맛이야! 역시 순대에는 소주가 빠질 수 없지. 술이 술술 들어가는 맛이랄까. 낮술을 부르는 맛이라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정말 그 말이 딱 맞다. 술을 잘 못하는 나도, 이 날은 왠지 모르게 술이 달게 느껴지더라.

스페셜 모듬을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순대탕(특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들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국물 한 숟갈을 떠먹으니, 속이 확 풀리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각종 채소를 넣고 끓여서 그런지, 국물 맛이 정말 깊고 진하다.

순대탕 안에도 순대와 각종 내장들이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특히 큼지막한 순대가 넉넉하게 들어있어, 순대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지. 순대와 함께 밥 한 공기를 말아 후루룩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더라.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순대국밥 맛이 떠올랐어. 옛날 생각도 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지.

스페셜 모듬
푸짐한 스페셜 모듬. 순대, 수육, 각종 부속 부위들이 한 접시에 담겨 나온다.

오소리순대에서는 특이하게 겉절이와 물김치를 순대탕에 넣어 먹는 것을 추천하더라. 처음에는 읭? 스러웠지만, 이모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겉절이와 물김치를 넣어서 먹어보니, 오잉? 또 다른 맛이네!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순대탕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특히 물김치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어.

반찬으로 나오는 부추 양배추 겉절이도 정말 별미다.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겉절이는 순대, 수육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특히 겉절이에 들어간 양배추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너무 좋았어. 겉절이만 따로 포장해 가고 싶을 정도였다니까. 그리고 시원한 동치미도 빼놓을 수 없지. 살얼음 동동 뜬 동치미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톡 쏘는 탄산 맛이 더해져 더욱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어.

부추 양배추 겉절이
새콤달콤한 부추 양배추 겉절이. 순대, 수육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는 건 아니었다. 오래된 노포라서 그런지, 위생 상태가 조금 아쉽다는 평이 있더라. 테이블이 끈적거린다거나, 화장실이 외부에 있다는 점 등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워낙 손님이 많다 보니, 직원분들이 조금 퉁명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점들보다는 음식 맛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

참, 그리고 오소리순대는 술국도 유명하다고 하더라. 술국은 순대탕에 빨간 양념을 더해 얼큰하게 끓여낸 국인데, 술안주로 최고라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다음에는 꼭 술국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순대 모듬을 시키면 서비스로 작은 술국이 나온다고 하니, 참고하라고.

기본 상차림
순대와 곁들여 먹기 좋은 기본 상차림. 쌈장, 새우젓, 고추, 마늘 등이 제공된다.

배불리 먹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정말 착하더라. 스페셜 모듬이 29,000원, 순대탕(특탕)이 8,000원. 요즘 물가에 이런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어. 가성비 최고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 역시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는 집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오소리순대는 연산로타리 근처, 거제 방향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도 쉽다. 가게 앞에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를 가지고 가도 불편함이 없고. 영업시간은 오전 일찍부터 저녁 9시까지라고 하니, 시간 맞춰서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특히 저녁 시간에는 손님들이 몰려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조금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스페셜 모듬 근접샷
윤기가 좔좔 흐르는 스페셜 모듬. 쫄깃한 순대와 야들야들한 수육의 조화가 일품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 동안 변치 않는 맛을 지켜온 오소리순대 덕분에 잊고 지냈던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부산 연산동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오소리순대에 들러 맛있는 순대와 따뜻한 정을 느껴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순대탕(특탕)
뽀얀 국물이 인상적인 순대탕(특탕). 푸짐한 건더기와 깊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스페셜 모듬과 겉절이
스페셜 모듬을 겉절이와 함께! 새콤달콤한 겉절이가 순대의 풍미를 더욱 살려준다.
술국
다음에는 꼭 먹어봐야 할 술국! 얼큰한 국물에 순대와 내장이 푸짐하게 들어있다고 한다.
순대
탱글탱글한 순대
오소리순대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오소리순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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