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완연한 여름의 문턱, 눅눅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 날이었다. 이열치열이라는 옛말을 떠올리며, 뜨끈한 국물로 속을 달래고자 오래 전부터 눈여겨봤던 서천의 ‘실비식당’으로 향했다. 낡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80년대로 시간을 되돌린 듯한 정겨운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 그리고 그 아래 놓인 작은 화분들이 소박한 멋을 더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연륜이 느껴지는 주인 내외분께서 푸근한 미소로 맞이해주셨다. 테이블은 이미 현지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고, 정겨운 사투리가 왁자지껄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메뉴판은 간결했다. 백반, 생선전골, 아구탕 등 정겨운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홍어탕 백반’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믿을 수 없을 만큼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뽀얀 김을 뿜어내는 홍어탕을 중심으로, 15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반찬들이 빈틈없이 놓였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밥상을 받은 듯한 푸근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콩 조림, 짭짤한 멸치볶음, 아삭한 김치, 고소한 나물 무침 등, 젓가락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풍성했다.

드디어 홍어탕을 맛볼 차례. 뽀얀 국물 위로 미나리가 듬뿍 올려져 있어 신선함을 더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흔히 떠올리는 톡 쏘는 삭힌 홍어의 맛은 아니었지만, 신선한 생 홍어에서 우러나온 깊은 풍미가 일품이었다. 마치 해물라면을 먹는 듯한 친숙하면서도 매력적인 맛이었다.
홍어 살은 부드럽게 흩어졌다. 마치 갈치를 먹는 듯,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콩나물의 아삭함과 미나리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홍어탕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더운 날씨였지만, 시원한 홍어탕 국물 덕분에 오히려 몸 속까지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짭짤한 생선조림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고, 슴슴한 나물들은 홍어탕의 강렬한 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반찬 하나하나가 과하지 않고, 집에서 직접 만든 듯한 소박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찰기와 윤기가 흐르는 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했다. 적당히 담아 떡진 느낌 없이 고슬고슬한 식감이 돋보였다.

식사를 마치니, 구수한 누룽지가 제공되었다. 뜨끈한 누룽지를 후루룩 마시니, 입 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은은한 숭늉의 단맛이 입가에 맴돌았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홍어탕 백반의 가격은 단돈 1만원이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가격으로 푸짐한 한 상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11월 주말에는 쿠폰 이벤트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이 어찌 방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쿠폰을 긁어 김과 컵을 받고, 근처 카페에서 음료까지 마시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실비식당은 세련된 인테리어나 화려한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 그리고 저렴한 가격은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마치 20년 전 전라도의 어느 식당에 와 있는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실비식당은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삭힌 홍어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홍어탕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실비식당은 7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다. 그래서인지,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음식이 다소 늦게 나올 수도 있고, 서비스가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따뜻한 미소와 푸짐한 인심으로 충분히 용서된다.

실비식당은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몰려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12시 이전에는 만석인 경우가 많으니, 조금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재료가 소진되거나 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늦은 시간에는 방문 전에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영업 종료 시간은 저녁 7시 30분이니 참고하자. 휴일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노부부가 힘들면 쉰다고 하니, 방문 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근처에 무료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차가 많으면 주차 공간이 부족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실비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추억과 정을 나누는 경험이었다. 삭히지 않은 홍어의 신선함, 푸짐한 반찬, 그리고 저렴한 가격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서천을 방문한다면, 꼭 한 번 들러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실비식당을 나서며, 왠지 모를 든든함과 행복감이 느껴졌다. 마치 고향에 다녀온 듯한 따뜻함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다음에 서천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실비식당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김치찌개도 꼭 한번 맛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