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짚는 부산 서대신동 돼지국밥 맛집 여정, 마산집에서 찾은 정겨움

어릴 적 아버지의 넓은 어깨를 잡고 쫄래쫄래 따라갔던, 코끝을 찡하게 울리는 돼지국밥 냄새가 가득했던 그 골목 어귀의 국밥집.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 한 장면처럼 남아있는 그 맛을 찾아, 오랜만에 부산 서대신동으로 향했다. 오늘 찾아갈 곳은 45년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 ‘마산집’이다.

낡은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 하지 않은 탓일까. 목적지에 다 왔다는 안내음성이 연신 울리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익숙한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내 시선이 머문 곳은, 낡은 건물 바로 옆에 2층으로 번듯하게 지어진 새 건물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보니, 큼지막한 글씨로 ‘마산집 돼지국밥’이라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허름했던 가게는 온데간데없이,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모습에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기대감이 샘솟았다.

마산집 외관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마산집의 외관.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기대감을 품게 한다.

가게 앞에 차를 대고 내리니, ‘마산집’이라는 간판 옆에 빛나는 LED 간판이 눈에 띈다. 메뉴 사진과 함께 ‘돼지국밥’이라는 글자가 번갈아 나타나는 모습이, 마치 오랜 단골을 맞이하는 듯 정겹게 느껴졌다. 건물 외벽에 붙은 메뉴판을 살펴보니, 돼지국밥, 수육백반, 갈비수육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갈비수육’.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메뉴라, 호기심이 발동했다.

“사장님, 갈비수육 하나랑 돼지국밥 하나 주세요!”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을 마치니,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기본 반찬이 차려졌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마늘과 풋고추, 그리고 국밥의 영원한 단짝인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겉절이 스타일의 배추김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듯했다. 새콤하게 익은 깍두기는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지만, 내 입맛에는 조금 과하게 익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갈비수육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김을 뿜어내는 갈비수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뼈에 붙은 살코기를 호쾌하게 뜯어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육질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되었다.

갈비수육
뽀얀 김을 뿜어내는 갈비수육. 뼈에 붙은 살코기를 뜯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갈비수육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국물은, 돼지국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맑고 깔끔한 국물은, 갈비수육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다진 양념 대신, 송송 썰어 넣은 파가 시원한 맛을 더했다.

이어서 등장한 돼지국밥은, 뽀얀 국물에 다진 양념이 살짝 올려져 나왔다.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니, 국물은 맑고 진함의 중간 정도 되는 색깔을 띠었다. 국물 한 모금을 맛보니,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돼지 뼈를 오랫동안 고아 낸 듯, 진하고 묵직한 국물은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돼지국밥 국물
뽀얀 국물에 다진 양념이 살짝 올려진 돼지국밥.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국물이 일품이다.

돼지국밥에 들어있는 고기는,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특히 돼지 특유의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새우젓을 살짝 넣어 간을 맞추니, 국물의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밥 한 숟가락을 국물에 말아, 잘 익은 깍두기를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마산집의 돼지국밥은, 특별한 비법이 있는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성껏 우려낸 육수와 신선한 재료가 만들어내는,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정겹고 푸근한 맛이랄까.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한 번 맛보면 자꾸 생각나는, 그런 매력이 있는 국밥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벽에 붙은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갈비수육(중) 45,000원, 돼지국밥 9,000원. 가격은 다른 국밥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메뉴판 옆에는 ‘전 메뉴 포장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산집은, 구덕운동장 근처에 위치한 노포다. 예전에는 허름한 건물이었지만, 최근에 리모델링을 하여 깔끔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가게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2층에는 테라스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야외에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수육
촉촉하고 윤기가 흐르는 수육.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마산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푸짐한 인심이었다. 국밥을 주문하면 국수 사리를 무한리필로 제공하고, 반찬도 언제든 편하게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셀프바를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마늘 꼭지를 모두 제거해 놓았다는 점이다.เล็ก한 부분이지만,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날씨가 더워서 그랬는지 마늘과 양파의 신선도가 조금 떨어지는 듯했다. 또한, 깍두기가 너무 익어서 아삭한 식감이 덜했던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푸짐한 인심과 맛있는 국밥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었다.

마산집은, 부산 최고의 돼지국밥집이라고 칭하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임에는 틀림없다. 서대신동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마산집에서 따뜻한 돼지국밥 한 그릇을 맛보며, 정겨운 추억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메뉴판
마산집의 메뉴판. 돼지국밥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마산집에서 돼지국밥을 먹고 나오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버지 손을 잡고 걷던 그 골목길, 국밥 냄새에 이끌려 들어갔던 허름한 국밥집, 그리고 따뜻한 국밥 한 그릇에 담겨있던 아버지의 사랑까지. 마산집은, 단순한 국밥집이 아닌, 내 기억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늘 맛본 돼지국밥은, 어릴 적 먹었던 그 맛과는 조금 달랐지만, 변함없는 정성과 푸짐한 인심은 여전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갈비수육을 맛봐야겠다. 그땐, 또 어떤 추억이 만들어질까?

마늘, 고추
국밥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좋은 마늘과 고추.
마산집 간판
마산집의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하다.
갈비수육
갈비수육 한 점.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수육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수육. 돼지 특유의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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