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바다의 염분 농도를 측정한 후, 짭짤한 기운을 씻어낼 겸, 겸사겸사 맛집 탐방에 나섰다.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신광의 숨겨진 보석, 나성돈까스백반. 돈까스와 찌개라는,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전면에 내세운 이곳은 과연 어떤 화학 반응을 일으킬까? 과학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저 멀리 “나성돈까스백반”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연구실로 향하는 기분으로 차를 몰아 넓찍한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 공간이 넉넉한 점은 일단 합격점. 주차 스트레스는 미식 경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니까.
가게 외관은 깔끔한 모습이었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내부도 쾌적해 보였다. 입구에 붙은 안내문에는 ‘매일 신선한 재료로 50인분만 한정 판매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이라니,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마치 실험 재료가 부족할까 봐 조바심내는 연구원처럼, 나는 은근히 초조해졌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11시 35분에 도착했으니, 웨이팅은 피할 수 있겠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본풍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어, 돈까스 전문점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메뉴판을 스캔하듯 훑어봤다. 돈까스백반, 생선까스, 순두부찌개. 평일과 주말 메뉴가 약간 다른 듯했다. 아내와 아들이 돈까스를 좋아한다는 리뷰를 얼핏 본 기억이 났다. 오늘은 돈까스백반과 생선까스를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이 빠르게 세팅되었다. 깻잎, 깍두기, 어묵, 콩나물 등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식욕을 자극했다. 특히 깻잎의 향긋한 향은 후각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드디어 메인 메뉴 등장! 돈까스백반은 잘 튀겨진 돈까스와 함께 미소된장찌개가 곁들여 나오는 구성이었다. 돈까스 위에는 갈색의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옆에는 옥수수와 완두콩이 앙증맞게 놓여 있었다. 마치 실험용 쥐에게 영양소를 균형 있게 공급하려는 듯한 섬세함이 느껴졌다.
돈까스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 듯,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튀김옷을 자랑했다. 칼질을 할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청각을 즐겁게 했다. 단면을 살펴보니, 돼지고기의 결이 살아있었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소스는 옛날 경양식 돈까스 소스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살짝 새콤한 맛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소스 속에는 양파가 잘게 다져져 있어, 씹는 맛을 더했다. 돈까스 소스의 당도는 굴절계를 사용하여 정확히 측정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연구 장비를 챙겨오지 못했다.
드디어 기대하던 미소된장찌개를 맛볼 차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숟가락으로 한 술 떠서 맛을 보니, 깊고 구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된 듯했다. 된장찌개 안에는 두부, 버섯, 야채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특히 두부는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돈까스와 된장찌개의 조합은, 예상외로 훌륭했다. 돈까스의 느끼함을 된장찌개가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마치 산 염기 반응처럼,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듯했다. 나는 쉴 새 없이 돈까스와 된장찌개를 번갈아 가며 흡입했다.
이번에는 생선까스에 도전해봤다. 생선까스 위에는 타르타르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옆에는 돈까스백반과 마찬가지로 옥수수와 완두콩이 놓여 있었다. 생선까스의 튀김옷은 돈까스보다 더 바삭했다. 한 입 베어 무니, 부드러운 생선 살이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차갑고 부드러운 촉감이 혀를 감쌌다.
타르타르 소스는 마요네즈, 다진 양파, 피클 등을 섞어 만든 듯했다.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생선까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타르타르 소스 속의 유기산이 생선의 비린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돈까스, 된장찌개, 생선까스를 번갈아 가며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밑반찬으로 나온 깻잎에 돈까스를 싸서 먹으니, 깻잎의 향긋한 향이 돈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깍두기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은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사장님과 사모님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주시고, 따뜻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치 잘 조련된 효소처럼, 최적의 환경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고, 돈까스와 생선까스도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과식을 했다는 죄책감이 살짝 들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만족감이 훨씬 컸다. 마치 엔도르핀이 과다 분비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라고 답해주셨다. 나는 다음에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돈까스를 좋아하는 아들이 분명 좋아할 것이다.
나성돈까스백반. 이곳은 단순한 돈까스 전문점이 아니었다. 돈까스와 찌개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조화롭게 융합시켜, 새로운 맛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연금술사의 공간이었다. 포항 신광에 숨겨진 이 맛집은, 내 미식 경험에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더해주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위장 용량을 늘리는 연구를 좀 더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