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정이 느껴지는 이천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에서 맛보는 고향의 맛

어릴 적 외할머니 손 잡고 시골 5일장에 가면,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에서 묵 한 사발 후루룩 비우던 기억이 나요.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그 묵 맛은,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이천에 볼일이 있어 지나가다 우연히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이라는 간판을 보게 됐어요. 간판 옆에 큼지막하게 적힌 전화번호하며,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팍 들지 뭐예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곧장 차를 돌려 들어갔답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샌드위치 건물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어요. 하지만 낡은 건물 외벽에 걸린 “전국에서 유명한 도토리묵밥집”이라는 현수막은 묘하게 신뢰감을 주었죠. 주차장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다행히 자리가 있어 얼른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느낌을 주는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 외관
허름하지만 정겨운 느낌을 주는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 외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가게 한가운데에 거대한 버드나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이런 구조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신기했답니다. 마치 나무를 중심으로 건물을 지은 듯한 모습이었어요. 오래된 시골 식당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관리가 조금 아쉬운 듯, 모기가 날아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어요. 하지만 이런 소소한 부분들이 오히려 더 정겹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도토리묵밥, 도토리칼국수, 도토리보쌈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특히 겨울에만 맛볼 수 있다는 도토리만두전골이 눈에 띄었지만, 저는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도토리묵밥과 들깨수제비를 주문했습니다. 사실 들깨수제비는 어딜 가나 비슷한 맛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제 인생 들깨수제비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주문을 마치고 나니, 중국 아주머니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잠시 후, 따뜻한 묵밥과 들깨수제비가 쟁반 위에 한가득 담겨 나왔습니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들도 함께 차려지니, 마치 외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푸근한 기분이 들었어요.

식당 내부에 자리잡은 거대한 버드나무
식당 내부에 자리잡은 거대한 버드나무

먼저 도토리묵밥부터 한 숟갈 떠먹어 봤어요. 따뜻한 국물에 밥과 묵이 어우러져, 속을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었죠. 묵은 직접 만들어 사용하신다고 하는데, 시판 묵과는 확실히 다른 도토리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남편도 묵밥을 한 입 먹어보더니, 입맛 까다로운 사람인데도 “오, 맛있네!”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다음으로 들깨수제비를 맛봤습니다. 뽀얀 국물에 쫄깃한 도토리 수제비가 듬뿍 들어간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어요. 국물부터 한 입 떠먹으니, 진하고 고소한 들깨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답니다. 들깨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저도, 이곳 들깨수제비는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싱싱한 들깨를 사용해서 그런지, 특유의 텁텁함 없이 깔끔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죠.

수제비는 또 얼마나 쫄깃한지! 도토리가루로 만들어서 그런지, 일반 수제비보다 훨씬 쫄깃하고 탄력이 있었어요. 마치 넓적당면을 먹는 듯한 쫄깃함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답니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도토리 들깨수제비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도토리 들깨수제비

묵밥과 수제비를 정신없이 먹고 나니, 어느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어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도토리보쌈(소)도 하나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보쌈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어요. 함께 나온 무말랭이와 묵을 곁들여 한 입 먹으니, 세상에, 이 맛은 정말 천상의 맛이었습니다. 돼지 잡내 하나 없이 야들야들하게 잘 삶아진 보쌈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어요. 특히 쌉싸름한 도토리묵과 매콤한 무말랭이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답니다.

둘이서 묵밥에 수제비, 보쌈까지 시켜 먹으니, 정말 배가 터질 지경이었어요. 하지만 워낙 맛있는 음식들 덕분에,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답니다. 결국 깨끗하게 싹싹 비워냈죠. 정말이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묵 요리를 맛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정말 착하더라고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니, 정말 감동이었답니다. 주인 아주머니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맛있게 드셨냐”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어요.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 메뉴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 메뉴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어요. 따뜻한 햇살 아래, 가게 앞에 서 있는 버드나무를 다시 한번 올려다봤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버드나무처럼, 이곳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도 앞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으로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이곳은 3시부터 4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하니, 방문하실 분들은 시간을 꼭 확인하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7시에는 문을 닫으니, 저녁 식사를 하러 가실 분들은 서두르시는 게 좋답니다.

다음에 이천에 올 일이 있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이곳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을 다시 찾을 거예요. 그때는 못 먹어본 도토리칼국수와 쟁반국수도 꼭 한번 먹어봐야겠어요. 아, 그리고 겨울에만 맛볼 수 있다는 도토리만두전골도 잊지 말아야겠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푸근한 인심 덕분에, 마치 고향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이천에 들르실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에 방문하셔서,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묵 요리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식당 건물 위로 웅장하게 뻗어있는 버드나무
식당 건물 위로 웅장하게 뻗어있는 버드나무
잘 익은 깍두기는 묵밥의 훌륭한 동반자다
잘 익은 깍두기는 묵밥의 훌륭한 동반자다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 간판
버드나무 도토리묵밥집 간판
식당 전경
식당 전경
메뉴 안내
메뉴 안내
전국에서 유명한 도토리묵밥집
전국에서 유명한 도토리묵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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