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 면사무소 지나 둔주봉 한반도 지형 보러 가는 길, 굽이굽이 시골길 따라 정겨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배꼽시계가 어찌나 요란하게 울어대던지. 꼬르륵 소리에 괜스레 멋쩍어져 머쓱하게 웃으며, 미리 봐둔 두부집으로 핸들을 돌렸지. 왠지, 오늘따라 뜨끈한 콩국물 같은 슴슴한 음식이 땡기더라 이거야.
가게 앞에 차를 대니, 볕 좋은 날씨에 기분까지 살랑살랑해지는 게, 잘 찾아왔다 싶었어.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내부가 눈에 들어오더라. 벽돌로 쌓은 벽에 정갈하게 걸린 그림들이, 솜씨 좋은 주인장의 손길을 느끼게 해줬지. 김 사장님 솜씨가 좋다더니, 음식 솜씨만 좋은 게 아니라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으신가 봐. 어쩜, 심사임당이나 허난설헌처럼 다재다능하신 분일지도 모르겠어.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슥 훑어보니, 콩국수, 순두부, 해물 두부전골까지… 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뿐이잖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오늘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땡겨서 해물 두부전골을 시켰어. 둘이 먹기에 딱 좋은 크기라, 푸짐하게 즐길 수 있겠더라.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유기농 콩으로 직접 만든 손두부라니, 이거 완전 기대가 되잖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물 한 잔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봤어. 햇살이 얼마나 좋던지,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다 부시더라. 이런 날은 정말,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여유 부리는 게 최고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물 두부전골이 나왔어. 냄비 가득 담긴 푸짐한 재료들에 입이 떡 벌어졌지 뭐야. 새우, 꽃게, 조개, 미더덕… 싱싱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고, 큼지막한 두부랑 팽이버섯, 참나물까지 아낌없이 넣었더라. 특히 눈에 띄는 건, 뽀얀 두부였어. 직접 만든 손두부라 그런지, 겉모습부터가 남다르더라고.

불판 위에 냄비를 올리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데, 어찌나 군침이 돌던지. 얼른 국물 한 숟갈 떠먹어보니, 이야… 진짜 시원하고 칼칼한 게, 속이 확 풀리는 맛이야.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맛에, 두부의 고소함이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더라.
두부도 한 입 먹어봤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야. 어찌나 부드럽고 고소한지, 씹을 필요도 없이 그냥 스르륵 넘어가는 거 있지. 역시, 직접 만든 손두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안남콩으로 만들었다더니, 역시 콩이 좋으니 두부 맛도 끝내주는구먼.

해물도 어찌나 싱싱한지, 쫄깃쫄깃한 새우랑, 달큰한 꽃게 살 발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 특히, 나는 미더덕을 엄청 좋아하는데, 톡톡 터지는 미더덕 향이 입안 가득 퍼지니, 정말 행복하더라. 참나물 향긋함은 또 어떻고.
밑반찬도 하나하나 정갈하게 나오는데, 특히 김치가 내 입맛에 딱 맞았어.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게, 전라도 김치 못지않게 맛있더라. 무말랭이 오독오독 씹히는 맛도 좋고, 젓갈도 짭짤하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지. 샐러드도 신선하고 드레싱도 상큼해서,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어.

어느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정신없이 전골을 먹어치웠지 뭐야.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배가 터질 지경인데도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니, 정말 든든하고 기분 좋았어. 역시, 이 맛에 맛집 찾아다니는 거 아니겠어?
다 먹고 나니, 사장님께서 따뜻한 숭늉을 가져다주시더라. 뜨끈한 숭늉으로 입가심하니, 속이 다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 후식까지 챙겨주시니, 정말 감사하더라고.
계산하면서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환하게 웃으시면서 “다음에 또 오세요” 하시는데, 그 인심에 또 한 번 감동받았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아까보다 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 햇살은 여전히 따뜻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정말 완벽한 하루였어. 둔주봉 지역 등산 후에 여기서 밥 먹으면 딱 좋은 코스일 것 같아. 맛집이라고 소문날 만하네.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와야겠어. 엄마 아빠도 분명 좋아하실 거야. 특히, 우리 엄마는 두부 요리 엄청 좋아하시거든. 왠지,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랑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참, 여기는 슬로우 푸드 식당이라고 해야 하나? 음식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그만큼 정성을 들여서 만든다는 거니까, 기다리는 보람이 있을 거야. 유기농 농산물로 음식을 만든다고 하니, 건강에도 좋겠지?
아, 그리고 가격! 콩국수랑 순두부는 8천 원, 해물 순두부전골은 3만 9천 원인데, 밥값은 따로 받으시더라고. 옥천 시골 식당 치고는 가격이 좀 있는 편이지만, 맛이랑 퀄리티 생각하면 아깝지 않아.
다음에 또 와서 다른 메뉴도 먹어봐야지. 그때는 청국장이나 들깨 순두부도 한번 먹어볼까? 아, 아니면 모두부랑 제육볶음 시켜서 푸짐하게 먹을까? 벌써부터 행복한 고민에 빠졌네.
혹시 안남면에 들를 일 있으면, 꼭 한번 가봐. 후회하지 않을 거야. 특히, 두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가봐야 할 맛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지. 둔주봉 지역의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