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의 좁다란 골목길, 간판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멍텅구리”라는 식당을 찾아 나섰다. 솔직히, 처음 가게 이름을 들었을 때는 살짝 망설여졌다. ‘멍텅구리’라니,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하지만, 미식 연구원으로서 새로운 맛을 탐험하는 여정에 주저함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이 이름이 숨겨진 반전 매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반전 매력을 가진 인물을 기대하는 심리와 같다고나 할까.
가게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진한 해산물 향이 코를 찔렀다. 내 미각 센서가 즉각 ‘해산물, 신선, 기대’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활기 넘치는 부산 사투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잘 익은 김치의 유산균처럼,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묘하게 편안하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메뉴는 단출했다. 문어, 섞어볶음, 장어구이 등 몇 가지 메뉴가 전부였는데, 놀랍게도 모든 메뉴의 가격이 3만원으로 동일했다(문어는 시가). 순간, ‘이 가격에 대체 뭘 얼마나 주시려고?’라는 의문이 들었다. 마치 홈쇼핑에서 말도 안 되는 구성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내 궁금증은 설렘으로 바뀌었다.
일단, 유튜버 염상호님도 극찬했다는 ‘섞어볶음’을 주문했다. 섞어볶음은 새우, 한치, 돼지고기를 매콤한 양념에 볶아낸 요리라고 했다. 주문과 동시에, 마치 실험실에서 시약이 섞이는 것처럼, 테이블 위로 밑반찬들이 빠르게 차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큼지막한 양푼에 담긴 미역국이었다. 뽀얀 국물 위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한 입 맛보니,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멸치 육수의 시원함과 미역의 은은한 바다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미를 선사했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신 듯한 정겨운 맛이었다.

잘 익은 김치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붉은 양념이 겉절이 스타일로 버무려져 있었는데, 신선한 배추의 아삭함과 매콤한 양념의 조화가 훌륭했다. 김치 특유의 젖산 발효취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주를 이뤘다. 마치 잘 담근 김장 김치를 바로 꺼내 먹는 듯한 신선함이었다.
밑반찬에 감탄하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섞어볶음’이 등장했다. 접시 가득 담긴 볶음 요리 위로, 윤기가 좔좔 흐르는 붉은 양념이 식욕을 자극했다. 볶음 요리 위에는 통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향을 더했다.
젓가락으로 섞어볶음을 휘저으니, 탱글탱글한 새우, 쫄깃한 한치, 그리고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볶음 요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배추나 양파 같은 야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해산물과 고기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마치 근육질 보디빌더의 식단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섞어볶음을 맛볼 차례. 젓가락으로 새우와 한치를 집어 한 입에 넣으니, 입안에서 불꽃놀이가 터지는 듯한 강렬한 맛이 느껴졌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신선한 해산물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특히, 캡사이신 성분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중독성 강한 매운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함이었다.
돼지고기는 얇게 썰어져 볶아져 있었는데,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볶음 요리의 감칠맛을 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베이스 기타가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섞어볶음을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또 다른 차원의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신선한 쌈 채소의 향긋함이, 매콤한 볶음 요리의 자극적인 맛을 중화시켜 줬다. 마치 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어 식혀 먹는 것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섞어볶음을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뜻밖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뚝배기에 담긴 동태탕이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이다. 그것도 그냥 맹숭맹숭한 동태탕이 아니라, 큼지막한 동태 머리가 통째로 들어간, 제대로 끓인 동태탕이었다. 마치 뷔페에서 메인 요리를 시켰는데, 고급 수프가 서비스로 나오는 듯한 황송한 기분이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милость! (러시아어로 ‘아름다움’이라는 뜻).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섞어볶음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동태 머리에는 살이 푸짐하게 붙어 있었는데,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마치 보물찾기 게임에서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동태탕에는 쑥이 들어가 있었는데, 쑥 특유의 향긋함이 국물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쑥은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이지만, 내 입맛에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마치 클래식 음악에 힙합 비트가 더해진 듯한 신선한 조합이었다.
결국, 섞어볶음과 동태탕, 그리고 밑반찬까지 싹싹 비워냈다. 배가 터질 듯 불렀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마치 블랙홀처럼, 끊임없이 음식을 흡입하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이곳은 아직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현금만 받다니,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음식 맛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게다가, 소주 가격이 아직 3천원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멍텅구리는 분명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다. 오히려, 허름하고 소박한 동네 술집에 가깝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훌륭한 맛까지, 모든 것을 갖춘 ‘가성비 끝판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에는 꼭 문어와 장어구이를 먹어봐야겠다. 특히, 싯가로 판매되는 문어는 얼마나 푸짐하게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때도 어김없이 서비스로 제공되는 매운탕의 깊은 맛을 음미해야겠다.
부산 영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멍텅구리에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당신도 나처럼 멍텅구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게 이름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될 것이다. ‘멍텅구리’는 어쩌면, 손님들을 향한 사장님의 유쾌한 자부심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퍼줘도 남는 게 있냐? 우리는 멍텅구리처럼 장사한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

가게를 나서며, 멍텅구리의 간판을 다시 한번 올려다봤다. 이제는, 그 이름이 더 이상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겹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치 오랜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영도의 숨은 맛집, 멍텅구리. 다음 방문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언젠가 다시 방문하여 이번에 맛보지 못한 메뉴들을 ‘실험’해보고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