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 해변의 파도 소리를 뒤로하고, 오늘 나의 실험실은 그 유명하다는 ‘낙산숯불구이’로 향했다. 파도에 씻겨온 염분처럼 짭짤한 기대감을 안고 문을 열었다. 후각을 자극하는 숯불 향, 이미 이곳은 맛의 도가니였다. 마치 페트리 접시 속 미생물처럼,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돼지갈비, 300g에 17,000원이라는 가격은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한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돼지갈비 2인분 주문 완료. 곧이어 테이블 위로 밑반찬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마치 잘 짜여진 생태계처럼, 다채로운 색감과 향이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선홍빛 자태를 뽐내는 양념게장이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바로 그 녀석이다. 한 입 베어 무니,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혀를 강타했다. 뒤이어 밀려오는 꽃게 특유의 풍미는 미각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아삭한 명이나물은 또 어떻고. 톡 쏘는 알싸함이 돼지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줄 완벽한 조력자임을 직감했다. 사진에서 보았던 명태회 무침도 시선을 강탈했다. 달콤새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명태의 감칠맛은, 침샘을 자극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드디어 주인공, 돼지갈비 등장! 숯불 향을 은은하게 머금은 채 초벌되어 나온 모습은, 마치 실험을 기다리는 표본 같았다. 초벌 과정을 거치며 겉면의 단백질은 이미 Maillard 반응을 시작,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신해 있었다. 이제 불판 위에 올려, 섬세한 온도 조절을 통해 최적의 풍미를 끌어낼 차례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황홀했다. 돼지갈비 표면의 콜라겐이 녹아내리면서 뿜어내는 윤기는, 보는 이의 식욕을 걷잡을 수 없이 자극했다. 160도에서 Maillard 반응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며, 고기 표면에 갈색 크러스트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순간, 인내심은 필수다. 완벽한 갈색 옷을 입을 때까지, 섣불리 뒤집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식의 시간. 잘 익은 돼지갈비 한 점을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씹는 순간, 육즙이 팡팡 터져 나왔다. 달콤 짭짤한 양념은 돼지갈비 본연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과도하게 달지 않아,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집, 양념 배합 비율을 아주 잘 아는군.
이번에는 명이나물과 함께 먹어봤다. 톡 쏘는 알싸함이 돼지갈비의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마치 훌륭한 조연처럼, 명이나물은 돼지갈비의 맛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깻잎에 싸 먹으니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다음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양념게장과의 조합이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돼지갈비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새로운 차원의 풍미를 선사했다. 캡사이신의 매운맛은 미각을 자극하여, 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까지 있는 듯했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된장찌개로 입가심을 해줬다. 구수한 된장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면서, 돼지갈비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씻어줬다. 된장찌개 속 두부와 야채들은 섬유질과 비타민을 공급, 균형 잡힌 식사를 가능하게 했다.

탄수화물이 필요할 때였다. 냉면을 주문하려다, 명태회냉면이라는 독특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냅다 주문했다. 잠시 후,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명태회가 듬뿍 올라간 냉면이 등장했다.
면을 비비는 순간, 코를 찌르는 새콤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한 움큼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쫄깃한 면발과 아삭아삭 씹히는 명태회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특히, 명태회 특유의 감칠맛은 냉면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되었다는 사실을, 혀가 증명하고 있었다.

돼지갈비와 명태회냉면의 조합은, 마치 불과 물의 조화처럼 예상 밖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따뜻한 돼지갈비와 시원한 명태회냉면이 번갈아 가며 입안을 즐겁게 해주니,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한 입까지, 완벽하게 클리어.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행복 호르몬이 넘쳐흐르는 듯했다. 계산대에서 사장님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친절한 서비스는 맛있는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낙산숯불구이’, 이곳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미식의 실험실이었다. 숯불의 온도, 양념의 배합, 식재료의 조화,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만들어냈다. 실험 결과, 이 집 돼지갈비는 완벽했습니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이번에는 삼겹살과 고추장 삼겹살을 섭취해보고 아미노산 밸런스를 비교 분석해봐야겠다. 낙산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후회는 없을 것이다.

낙산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미식 탐험은, 과학자의 숙명과도 같다고. 다음에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속초 맛집 기행, 다음 낙산 편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