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며칠 전부터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던 순대국 실험을 위해 일산으로 향했다. 최근 백병원 근처에 볼일이 생겨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한 “도마수육순대국”. 간판부터 풍기는 범상치 않은 아우라에 이끌려 데이터 수집을 나섰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이 있었다. 건물 외관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모습이었고, 간판에는 가게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찐’ 맛집의 향기가 느껴졌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유독 어르신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경험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은 맛과 가성비가 보장된 곳일 확률이 높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진한 육향이 코를 자극했다. 마치 오랜 시간 푹 끓여낸 사골 국물처럼 깊고 구수한 향이었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혼밥을 즐기러 온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합석하는 분위기였다. 활기 넘치는 분위기 덕분에 어색함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 ‘도마수육정식’이었다. 순대국도 놓칠 수 없었기에, 수육과 순대국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정식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가격은 12,000원.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 가격으로 훌륭한 퀄리티의 수육과 순대국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다.
주문 후, 곧바로 기본 찬들이 테이블에 놓였다. 깍두기, 김치, 부추무침, 그리고 쌈장이 가지런히 담겨 나왔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김치는 겉절이 스타일로, 신선하고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추무침이었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에 버무려진 부추는 향긋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수육과의 궁합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 도마수육정식이 등장했다. 갓 삶아져 나온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육과 팔팔 끓는 순대국이 함께 나왔다. 도마 위에 푸짐하게 담긴 수육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수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순대국은 뚝배기 안에서 맹렬하게 끓고 있었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부추가 얹어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수육부터 맛보기로 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수육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뜨거운 김이 손끝에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황홀경을 선사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육질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 콜라겐 함량이 높은 부위는 젤라틴처럼 녹아내렸고, 살코기 부위는 촉촉하고 쫄깃했다. 특히 껍데기 부분은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 듯, 쫀득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수육을 맛보는 순간,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시작했다. 쾌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느끼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 집, 수육 하나는 정말 ‘에르메스’급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 3~4만 원을 줘야 맛볼 수 있는 퀄리티의 수육을 단돈 만 원으로 즐길 수 있다니, 가성비 측면에서도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순대국 차례였다. 뚝배기 안에서 펄펄 끓는 순대국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국물 한 숟갈을 떠서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돼지 뼈를 오랜 시간 고아낸 육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콘드로이틴 황산 등의 성분이 풍부하게 녹아 있어, 마치 보약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글루타메이트와 이노시네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되어 있었다.
순대국 안에는 다양한 부속물이 들어 있었다. 돼지 머릿고기, 곱창, 콩팥, 간 등 다채로운 부위들이 듬뿍 들어 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돼지 머릿고기는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순대 또한 찰기가 넘치고, 잡내가 전혀 없어 훌륭했다.
나는 순대국에 깍두기 국물을 약간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깍두기의 젖산 발효균이 순대국 국물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캡사이신 성분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 뇌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수육과 순대국을 번갈아 가며 먹으니, 입안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뜨겁고 진한 국물은 미각을 자극했고, 부드럽고 쫄깃한 수육은 식감을 만족시켰다. 특히 부추무침과의 조합은 상상 이상이었다. 향긋한 부추 향이 돼지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수육과 순대국을 계속 먹다 보니, 약간 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 매콤한 면 요리가 있다면 완벽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방문했던 날은 유독 손님이 많아서인지, 수육 도마의 위생 상태가 조금 아쉬웠다. 물론 음식 맛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조금 더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육 도마의 얼룩덜룩한 모습이 위생적으로 완벽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나의 뇌는 이미 완벽하게 만족한 상태였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얻는 행복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도마수육순대국”은 맛, 가격, 분위기 모든 면에서 훌륭한 곳이었다. 특히 잡내 없이 부드러운 수육과 깊고 진한 순대국은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다음번에는 꼭 모듬수육에 소주 한잔 기울여봐야겠다. 재방문 의사 200%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