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치 낡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낯설지만 묘하게 설레는 일본의 어느 골목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고, 잔잔하게 흐르는 일본 애니메이션 OST는 귓가에 스며들어 편안함을 더했다. 이곳, 대전 대흥동에 자리한 ‘하쿠류코쿠류’는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공간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방문 전부터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아왔기에 기대감이 컸던 곳.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그 분위기에 단숨에 사로잡혔다. 가게 안을 가득 채운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하나하나 정성 들여 꾸며진 인테리어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테이블마다 놓인 조명은 따스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고, 벽면을 장식한 오래된 포스터들은 잊고 있던 추억들을 소환하는 듯했다. 왠지 모르게 가슴 벅찬 설렘을 안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을 위해 메뉴판을 펼쳐 들자, 역시나 수많은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메뉴부터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특별한 메뉴까지,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오랜 고민 끝에 우리는 이곳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카이센김마끼’와 튼튼한 국물이 일품이라는 ‘극락 튼튼나베’를 주문했다. 곁들임으로 시원한 생맥주도 잊지 않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 잠시 테이블을 둘러보니 바로 옆 테이블에서 나오는 음식들이 눈길을 끌었다. 큼지막한 볼락구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고, 장어 계란 초밥은 두툼한 계란과 달콤한 장어의 조화가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을 위한 다찌석부터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넓은 테이블, 그리고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룸까지,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어떤 구성으로 방문해도 만족스럽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한 ‘카이센김마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플레이트 위에는 마치 보석처럼 영롱한 빛깔을 뽐내는 신선한 해산물들이 가득 올라가 있었다. 광어, 도미, 연어, 방어, 참치, 그리고 고등어까지. 질 좋은 사시미가 두 점씩 정갈하게 담겨 있어 두 명이 방문했을 때 사이좋게 나눠 먹기 딱 좋았다. 곁들여진 비법 간장 젤리는 짜지 않고 감칠맛이 돌아 사시미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특히, 겉은 살짝 아부리 되어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게 익혀진 고등어 구이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을 선사했다. 씁쓸한 맛이 매력적인 삼치구이도 빼놓을 수 없었다. 튀김 옷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익혀져,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겉면에 촘촘하게 얹어진 빵가루는 튀김의 식감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주었다.

그다음으로 나온 ‘극락 튼튼나베’. 커다란 웍 안에 푸짐하게 담긴 닭 한 마리와 각종 채소들이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함이 느껴졌다. 뽀얀 국물은 오랜 시간 정성껏 우려낸 듯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닭고기는 부드럽게 찢어지고, 국물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었다. 매운맛에 약한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내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일본 본토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메뉴 하나하나가 정성이 가득했고, 양도 푸짐해서 가성비까지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어 계란 초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두툼하게 튀겨진 계란말이 속에는 달콤한 장어가 꽉 차 있었는데, 폭신한 계란과 부드러운 장어의 조화는 환상 그 자체였다. 밥과 함께 한 입 가득 넣었을 때, 입안에서 퍼지는 달콤함과 고소함은 마치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듯했다.

음식과 함께 곁들인 ‘산토리 생맥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쫀쫀한 거품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신선함을 유지했고, 시원한 청량감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며 음식의 풍미를 더욱 돋우었다. 특히, 이곳의 하이볼은 그 명성이 자자한데, 위스키의 풍미가 깊으면서도 시럽 맛이 과하지 않아 술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사케와 맥주, 하이볼 등이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직원분들의 친절함이었다. 주문할 때부터 음식을 서빙하는 순간까지,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손님을 응대해주어 편안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고, 음식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고 덧붙여주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가던 길, 한쪽 벽면에 놓인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기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특별한 장치였다. 함께 온 소중한 사람들과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덕분에 이날의 소중한 추억을 하나의 사진으로 고스란히 남길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식사를 하는 곳을 넘어, 마치 일본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고, 곁들임 메뉴 역시 훌륭했다. 친절한 서비스와 감성적인 분위기는 덤이었다. 다음에 대전을 방문하게 된다면, 혹은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곳 ‘하쿠류코쿠류’를 다시 찾을 것이다. 아마도, 또 다른 특별한 메뉴를 맛보기 위해, 그리고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독특한 분위기 속에 잠시나마 취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