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뜨끈한 쌀국수 한 그릇이 선사하는 포항의 작은 베트남 맛집

며칠 내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장맛비에 온 세상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이럴 땐 따뜻하고 얼큰한 국물이 절실해지는 법. 예전에 우연히 들렀던 베트남 음식점이 문득 떠올랐다. 빗줄기를 뚫고 찾아간 그곳은, 마치 습한 날씨를 비웃듯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나를 맞이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퍼지는 향신료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마치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설렘이 느껴졌다. 커피숍을 연상시키는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밝은 색감의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쌀국수, 반쎄오, 분짜 등 다양한 베트남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밝은 분위기의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이 편안함을 더한다.

고민 끝에 매콤차돌쌀국수와 반쎄오를 주문했다. 사실 이곳은 포항에서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베트남 음식점으로 꼽힌다. 서울의 유명 맛집들과 비교하면 아주 약간 아쉬운 감이 있을 수 있지만, 쌀국수 불모지인 포항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쌀국수와 반쎄오가 차려졌다. 뽀얀 국물 위로 얇게 슬라이스 된 차돌박이가 듬뿍 올려져 있고, 그 위로 송송 썰린 파와 고추가 색감을 더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매콤차돌쌀국수
차돌박이와 고추가 듬뿍 올라간 매콤차돌쌀국수

먼저 쌀국수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은은한 매콤함이 느끼함은 잡아주고, 감칠맛은 더욱 끌어올렸다. 쌀국수 면은 부드럽고 쫄깃했고, 차돌박이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했다. 특히, 숙주와 함께 곁들여 먹으니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제공되는 양파, 당근 피클은 새콤달콤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양파, 당근 피클
새콤달콤한 피클은 쌀국수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어서 반쎄오를 맛볼 차례. 큼지막한 크기의 반쎄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젓가락으로 찢어보니, 숙주, 새우, 돼지고기 등 다양한 재료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소스에 찍어 먹으니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반쎄오를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바삭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푸짐한 반쎄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반쎄오는 꼭 맛봐야 할 메뉴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쌀국수보다는 매콤차돌쌀국수가 훨씬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반쎄오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메뉴다. 가성비도 좋고, 양도 푸짐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부터 연인, 가족 단위 손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베트남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직원들은 친절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해선장 소스, 스리라차 소스, 피쉬 소스가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맛을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돋보였다.

다양한 소스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소스가 준비되어 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 옆에 놓인 사탕을 하나 집어 들었다. 달콤한 사탕을 입에 넣으니, 기분 좋게 매콤했던 입안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따뜻한 쌀국수 한 그릇 덕분에 마음은 한결 포근해졌다.

비록 베트남 현지의 맛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포항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베트남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베트남 음식이 그리울 때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분짜와 짜조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소고기 쌀국수
깔끔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소고기 쌀국수

이곳은 포항 양덕동에서 이전했다고 한다. 깔끔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단,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조금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수를 좋아한다면, 넉넉하게 요청하는 것을 잊지 말자. 쌀국수에 고수를 듬뿍 넣어 먹으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쌀국수
고수를 곁들이면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늘도 나는 포항의 작은 베트남, 그곳에서 맛있는 쌀국수 한 그릇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촉촉한 빗소리와 따뜻한 쌀국수 국물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준 이곳. 다음에는 또 어떤 메뉴를 맛보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소고기 쌀국수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소고기 쌀국수
푸짐한 한상차림
쌀국수와 반쎄오를 함께 즐기면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매운 우삼겹 쌀국수
새로운 메뉴인 매운 우삼겹 쌀국수도 즐겨보자.
매운 우삼겹 쌀국수
육개장과 짬뽕 사이의 느낌으로, 개운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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