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이젠 고등어회 때문에라도 꼭 가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늘푸른횟집 혼밥 탐방기

여행이란 늘 새로운 곳에서의 설렘으로 시작된다. 특히 낯선 섬, 욕지도로 떠나는 길은 나에게 더욱 특별했다. 탁 트인 바다를 가르며 배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마음은 이미 푸른 물결 위를 유영하고 있었다. 혼자 떠난 여행이라 더욱 자유롭고, 어쩌면 조금은 외로울지도 모를 시간. 하지만 이번 욕지도행은 그 모든 감정을 ‘맛’으로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했다.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그곳, ‘늘푸른횟집’에서의 나만의 식사 경험을 기록해 본다.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발걸음이 향한 곳은 바로 늘푸른횟집이었다. 간판에는 ‘고등어회 요리전문점’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1995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이곳의 역사가 새겨진 간판이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 가게 앞에 서서 내부를 잠시 들여다보니,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손님들이 보였다. 혼자 온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보다는 차분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곳은 그 조건을 충족할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했고, 무엇보다 테이블마다 놓인 식탁보가 위생적인 느낌을 주었다. 일부 리뷰에서 보았던 ‘매장이 넓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혼자 밥 먹는 사람에게는 넓은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중요하다. 마치 나만의 공간이 생긴 듯한 느낌이랄까. 창밖으로 보이는 욕지도의 풍경은 덤이었다.

늘푸른횟집 간판
가게 입구의 ‘늘푸른횟집’ 간판.

혼밥족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1인분 주문의 가능 여부와 혼자 앉기 편한 좌석의 유무다. 다행히 이곳은 1인분 주문도 가능했고, 카운터석이나 1인용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는 창가 쪽, 2인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 왔다고 해서 눈치 보이거나 소외되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맞이해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메뉴판을 펼칠 수 있었다.

메뉴판에는 고등어회, 고등어조림, 성게미역국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고등어회였다. 처음에는 1인분 고등어회만 주문하려 했으나, 리뷰에서 ‘고등어회와 함께 나오는 뼈조림이 정말 맛있다’는 글을 여러 번 보았던 터라, 1인분 고등어회와 공기밥을 추가로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밥과 함께라면 뼈조림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하게 차려진 상차림이 나의 테이블을 채웠다. 마치 정성스럽게 준비된 한정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대했던 고등어회 외에도 여러 가지 밑반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장 내부 전경
매장 내부의 깔끔한 모습.

먼저 나온 밑반찬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꼬시래기, 콩나물무침, 갓김치, 쌈무, 마늘, 고추, 그리고 쌈 채소까지. 특히 짭조름한 갓김치와 싱싱한 쌈 채소는 메인 메뉴인 고등어회와 환상의 궁합을 이룰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다양한 밑반찬
풍성하게 차려진 밑반찬들.

드디어 메인 메뉴, 고등어회가 등장했다.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는 말이 있듯이, 고등어회는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촘촘하게 썰려 접시에 빙 둘러 담긴 신선한 고등어회 위로는 푸른빛의 쪽파와 선명한 붉은색의 방울토마토가 올려져 있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싱싱함이 느껴졌다. 횟감의 신선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첫 점을 집어 들었다.

플레이팅된 고등어회
신선함이 돋보이는 고등어회 한 접시.
고등어회와 곁들임
쌈무와 함께 즐기는 고등어회.

첫 점을 입안에 넣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에 놀랐다. 마치 방어나 참치처럼 기름진 풍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제주도가 부럽지 않다’는 리뷰들이 왜 이렇게 많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가 되었고, 쫄깃한 식감은 혀끝을 간질였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훌륭한 고등어회를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플레이팅된 고등어회 (다른 각도)
입맛을 돋우는 고등어회 플레이팅.

쌈무에 고등어회를 올리고 갓김치와 약간의 마늘을 곁들여 먹었다. 톡 쏘는 갓김치의 알싸함과 고등어회의 고소함, 그리고 쌈무의 산뜻함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의 향연을 선사했다.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등어회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혼자 먹는 밥이라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외로울 틈이 없다.

이제 메인 메뉴만큼이나 기대했던 뼈조림을 맛볼 차례였다. 서비스로 제공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푸짐한 양이었다. 달콤짭짤한 양념이 고등어 뼈와 무에 배어들어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밥 한 숟가락 위에 뼈조림 한 점을 올려 먹으니, ‘밥도둑’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밥알 사이사이를 파고들며 입안 가득 풍미를 채웠다. 굳이 밥을 많이 먹지 않는 편인데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고 말았다. 뼈조림은 나중에 따로 시켜 먹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몇몇 리뷰에서 보았던 ‘불친절’에 대한 언급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사장님 내외분은 오히려 친절하고 세심하게 손님을 챙겨주셨다. 물론, 바쁜 시간대에는 조금 무뚝뚝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불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단체 손님들로 정신없으실 텐데도, 혼자 온 나에게도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 써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날, 늘푸른횟집에서의 혼밥은 성공적이었다. 신선하고 맛있는 고등어회와 곁들임 메뉴,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혼자 여행을 온 나에게 최고의 만찬이었다. ‘혼밥하기 좋은 곳’이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음번 욕지도를 방문하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고등어회 한 점에 담긴 욕지도의 맛과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나는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혼밥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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