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서호시장 숨은 보물찾기: 할머니 손맛 그대로, 얼큰한 시락국 한 그릇

아이구, 오늘 아침에는 뭘 먹어야 기운이 불끈 솟을까 고민하다가, 훈이시락국집을 찾아 나섰는데 웬걸, 문이 닫혀 있더라고요. 실망한 발걸음을 돌리는데, 저 멀리 서호시장 입구 쪽으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계신 게 보였어요. 왠지 모르게 저기 가면 맛있는 밥집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딱 오는 거 있죠.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이면 말 다 했잖아요. 역시나, 제 예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오래된 간판에 ‘통영 산 장어 시락국’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밥상이 떠오르더라고요. 가게 안은 시끌벅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조용하지도 않게 딱 정겨운 분위기였어요. 테이블마다 놓인 낡았지만 정갈한 그릇들, 묘하게 익숙한 풍경에 제 마음은 이미 고향집 부엌에 와 있는 듯했습니다.

저는 시락국 정식을 시켰어요. 8천 원이라는 가격이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기특하지 않나요? 주문을 하고 나니, 잠시 후 쟁반 가득 정갈한 반찬들이 차려졌습니다. 하나같이 제 눈에는 맛깔스러워 보였어요. 갓 무쳐낸 듯한 신선한 나물 무침, 빨갛게 양념된 김치, 그리고 짭짤해 보이는 조기구이까지. 이게 다 8천 원짜리 정식에 나오는 반찬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죠.

정갈하게 차려진 다양한 밑반찬들.
어머나,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밑반찬들이에요. 옛날 엄마 손맛 그대로인 듯합니다.

먼저 손이 간 것은 콩나물무침이었어요. 아삭아삭한 식감에 슴슴하게 무쳐낸 맛이 좋았습니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딱 간이 맞았죠. 옆에 있던 멸치볶음은 비린 맛 하나 없이 고소했고,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오이무침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어요. 시금치 무침도 부드럽고 맛있었고요. 어떤 반찬 하나 허투루 나오는 법이 없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잘 익은 김치와 짭짤해 보이는 생선구이.
이 맛깔스러운 김치 좀 보세요. 갓 담근 듯 아삭하고 매콤한 게, 밥도둑이 따로 없네요.

특히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말린 조기구이였어요. 겉보기에는 바삭하게 튀기듯이 구워져 나왔는데, 냄새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말린 조기라 그런지 짭짤함이 남달랐는데, 이게 또 시락국이랑 같이 먹으니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더라고요. 마치 보리굴비처럼 짭짤한 맛이 시락국의 구수함과 어우러져 ‘이 맛 좀 봐라!’ 하고 외치게 되는 맛이었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밥 한 숟갈에 이 조기 한 점이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싶었죠.

김치, 젓갈류, 나물 등 다양한 반찬들이 담긴 그릇들.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다 맛있는 밑반찬들 덕분에 밥 한 공기가 뚝딱 사라지겠어요.

드디어 메인 메뉴인 시락국이 나왔습니다. 뚝배기 가득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락국을 보니, 저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어요. 숟가락으로 한 숟갈 떠서 맛을 보니, 아이고, 이게 무슨 맛이냐고요! 진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마치 옛날 엄마가 뜨끈하게 끓여주시던 그 시락국 맛이었습니다. 맵싹한 고추를 듬뿍 넣으면 국물이 더 시원해진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따라 고추를 좀 더 넣어 먹었는데, 그 얼큰함이 해장으로도 그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락국과 함께 나온 뚜껑이 있는 밥그릇.
따끈한 밥과 함께 나온 시락국. 뚜껑을 열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이곳 시락국은 그냥 시락국이 아니었어요. 깊고 담백한 국물 맛의 비결을 여쭤보니, 배추국 국물에 장어를 갈아 넣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힘이 솟아나는 듯한 깊은 맛이 나는구나 싶었습니다. 시락국 자체도 평타 이상은 치는 맛이었는데, 장어를 갈아 넣어 깊은 맛을 더하니 이건 정말 예술이었어요.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그런 따뜻한 맛이었습니다.

가게 외관 사진. '통영 산 장어시락국' 간판이 보인다.
서호시장 어귀에서 만난 보물 같은 가게. 낡았지만 정겨운 외관이 마음을 끕니다.

반찬 중에 간이 좀 짭짤한 애채들이 있었는데, 이런 점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 짭짤함이 시락국과 밥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나 여기는 아침 식사로도 좋고, 해장으로도 최고라는 말이 딱 와닿았습니다. 저는 소주 한 잔을 곁들이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이 좋은 안주와 국물에 소주 한 잔 안 하면 섭섭하죠!

메뉴판 사진. 시락국, 해물된장, 술 등의 가격이 적혀 있다.
이 착한 가격 좀 보세요! 8천 원에 푸짐한 시락국 정식이라니, 지갑이 절로 두둑해지는 기분입니다.

사장님도 정말 친절하셨어요.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을 반기듯이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필요한 것도 없는지 계속 살피시더라고요. 이런 정겨운 서비스 덕분에 밥맛이 더욱 꿀맛 같았습니다. 통영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숨은 맛집이라는 말이 실감 났어요. 이렇게 맛있는 집은 우리 모두에게 알려져야 마땅한데 말이죠!

솔직히 처음에는 훈이시락국집을 못 가서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곳에서 맛본 시락국은 제 마음에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깊은 맛, 정갈한 밑반찬,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장님의 인심까지. 마치 시골 할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 같았어요. 한 숟갈 뜨면 속이 다 편안해지고, 밥 한 톨까지 감사하게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정말 입에서 스르륵 녹는 듯한 부드러운 장어 국물과, 짭짤한 조기구이가 어우러져 최고의 조화를 이루는 이곳. 혹시 통영에 오신다면, 혹은 해장이 필요하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서호시장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제가 발견한 이 숨은 보물을 여러분도 꼭 맛보시길 바랍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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