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내게 늘 특별한 도시다. 영암 외당숙 댁에 시제 참석차 매년 방문하는 길목에 자리한 이곳은,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 여정, 며칠 전 과음으로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영해복집’으로 향했다. 67년이라는 시간 동안 3대째 이어져 온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목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었다.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1층은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테이블석, 2층은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기에 맑은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스테인리스 냄비 가득 담긴 복국이 등장했다. 뽀얀 국물 위로 솟아오른 아삭한 콩나물과 향긋한 미나리의 녹색 향연은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해장제였다.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어제 마신 술이 거짓말처럼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복어 특유의 시원한 맛과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이 만나, 알코올 분해 효소인 ADH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듯했다. 과학적으로 분석하자면, 복어의 글루타메이트와 이노시네이트 성분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감칠맛을 극대화한 것이다. 여기에 미나리의 향긋함이 더해지니, 단순한 해장국을 넘어선 예술의 경지였다. 마치 잘 설계된 실험처럼, 이 집 국물은 내 숙취 해소에 완벽하게 기여했다.
반찬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복껍질 무침이었다. 콜라겐 함량이 높은 복 껍질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입맛에는 약간 심심하게 느껴졌다. 식초물을 따로 제공하여 각자 간을 맞출 수 있게 한 점은 좋았지만, 숙취로 인해 미각이 둔해진 탓인지 최적의 비율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들을 살펴보니, 다양한 반찬들이 눈에 띈다. 잘 익은 김치는 젖산 발효를 통해 생성된 유기산 덕분에 입맛을 돋우고, 젓갈은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가 풍부하여 소화를 돕는다. 이처럼 과학적인 조화를 갖춘 반찬들은, 복국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복어는 예로부터 고급 식재료로 여겨져 왔다. 복어의 간과 난소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존재하지만, 숙련된 조리사의 손길을 거치면 안전하고 맛있는 요리로 재탄생한다. 영해복집은 3대째 이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복어의 독성을 완벽하게 제거하고 최상의 맛을 이끌어낸다. 이것이 바로 67년 전통의 저력일 것이다.

식당 벽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1958년부터 시작된 영해복집의 역사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해왔다. 이 곳에서 복국을 맛보는 것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역사를 음미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방문객들은 복어의 양이 다소 적다고 평가했다. 또한, 복 내장 중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정소의 양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숙취 해소가 급선무였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맑은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들이켜며, 몸 속의 알코올을 말끔히 씻어냈다.

영해복집에서는 복지리 외에도 다양한 복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복 튀김은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복어 살의 조화가 일품이라고 한다. 다음 방문 때는 꼭 복 튀김과 복회를 맛봐야겠다. 물론, 알코올 섭취는 자제하고 말이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친절한 미소로 답해주시는 모습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여유가 느껴졌다. 영해복집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목포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목포를 방문할 때도, 나는 어김없이 이 곳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부디 숙취 없는 맑은 정신으로, 복요리의 진정한 풍미를 느껴보고 싶다.

돌아오는 길, 영해복집에서 맛본 복국의 과학적인 효능을 되새겨보았다. 복어의 시원한 맛과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 미나리의 향긋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67년 전통의 노포에서 맛본 해장의 과학은, 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었다.
목포, 그리고 영해복집. 이 두 단어는 이제 내게 단순한 지명이 아닌, 맛과 과학, 그리고 추억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