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땅에 발을 디딘 건, 어쩌면 오래전부터 정해진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낡은 카메라를 둘러메고, 중앙시장의 입구에 들어섰을 때, 시간의 먼지가 켜켜이 쌓인 듯한 ‘고려분식’ 간판이 나를 맞이했다. Since 1981이라는 문구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이곳에 깃든 추억과 세월의 무게를 짐작게 했다. 햇살 아래 바랜 듯한 간판의 색감은,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앞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잠시 망설였지만, 왠지 모르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 테이블 6~7개 남짓한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분식집 특유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 쉴 새 없이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상주 맛집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벽 한쪽에는 ‘맛있는 녀석들’ 촬영 당시 사진과, 백년가게 인증 마크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었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쫄면, 돈가스, 김밥, 만두 등 추억을 자극하는 분식 메뉴들이 가득했다. 초등학교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왔을 때 먹었던 바로 그 맛일까. 묘한 설렘과 함께 쫄면과 군만두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쫄면이었다. 쫄면 위에는 콩나물, 오이, 채 썬 양배추, 그리고 반숙 계란이 앙증맞게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는 순간, 새콤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 입 맛보니, 쫄깃한 면발과 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톡톡 터지는 콩나물의 식감은 쫄면의 재미를 더했다.
곧이어 등장한 군만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노릇하게 튀겨진 만두피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한 입 베어 무니,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육즙이 살아있는 만두소는, 쫄면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쫄면 한 입, 군만두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했다.

옆 테이블에서 풍겨오는 우동 냄새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우동 한 그릇을 추가 주문했다.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온 우동은, 김가루와 파, 유부, 쑥갓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뜨끈한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쫄깃한 면발은 후루룩 넘어갔고, 향긋한 쑥갓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테이블마다 놓인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먹으니, 칼칼한 맛이 더해져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정겨운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맛있게 드셨소?”라는 따뜻한 물음에, 나도 모르게 “네,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답했다. 할머니의 미소는, 음식 맛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겨웠다.
문득, 상주 중앙시장의 활기찬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좌판에 펼쳐진 싱싱한 채소와 과일,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목소리, 그리고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웃음소리… 이곳은 단순한 시장이 아닌, 삶의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고려분식은, 이 활기찬 시장의 한가운데서,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었다.

가게 외관에서 풍겨져 나오는 세월의 흔적은, 이곳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맛집임을 짐작하게 했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쓰여진 ‘고려분식’ 간판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정겹게 다가왔다. 간판 옆에 작게 쓰여진 ‘Since 1981’이라는 문구는, 이곳의 역사를 묵묵히 증명하는 듯했다. 초록색과 흰색 줄무늬가 번갈아 나타나는 어닝은, 햇빛을 가려주는 동시에 가게에 활력을 더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군만두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얇은 만두피는 기름에 튀겨져 노릇노릇한 색깔을 뽐냈고, 꽉 찬 만두소는 돼지고기와 야채의 조화로운 풍미를 선사했다. 특히, 쫄면과 함께 먹으니, 매콤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더욱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벽면에 붙어있는 메뉴판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손글씨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쫄면, 김밥, 돈가스 등 다양한 메뉴들이 정겨운 글씨체로 적혀 있었고, 가격 또한 착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메뉴판 옆에는 ‘맛있는 녀석들’ 촬영 당시 사진과, 백년가게 인증 마크가 붙어 있어,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돈가스는, 큼지막한 크기와 넉넉한 소스 덕분에 더욱 푸짐하게 느껴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가스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소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돈가스와 함께 제공되는 양배추 샐러드는,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밥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김 위에 밥과 다양한 속재료들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었다. 시금치, 당근, 단무지, 계란 등 기본적인 재료들로만 만들어졌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었다. 특히, 참기름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김밥은, 어릴 적 소풍날 엄마가 싸주시던 김밥과 맛이 똑같았다.
고려분식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이 가득한 이곳은, 상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맛집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추억을 나누고 싶다. 그땐 땡초김밥과 고기만두도 꼭 먹어봐야지.
상주에서의 짧은 여행은, 고려분식에서의 따뜻한 기억 덕분에 더욱 풍성하게 채워졌다. 다음에 또 상주에 오게 된다면, 잊지 않고 다시 들러, 그때 그 맛과 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어쩌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깊은 추억과 감동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