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오후 햇살이 골목길에 부드럽게 내려앉을 때쯤, 평소 다니지 않던 익숙한 듯 낯선 골목을 천천히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문득, 오래된 듯 정겨운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청하’라는 세 글자가 붉은색으로 새겨진 간판은, 마치 이곳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동네 사람들의 곁을 지켜온 맛집임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가게 앞에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방송 출연 경력을 자랑하듯 ‘KBS, SBS 생생정보통’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혹은 이미 단골일지도 모를 곳이라는 예감이 스쳤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조명과 함께 은은한 중국 향이 코끝을 스쳤습니다.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보다는, 저마다의 식사에 집중하는 조용한 분위기가 이곳을 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테이블마다 놓인 갓김치와 양파, 그리고 정갈하게 담긴 물컵은 오랜 시간 변치 않는 손맛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는 풍경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메뉴, 냉짬뽕을 주문했습니다. 얼음 동동 띄워져 시원한 국물 위로 얇게 채 썬 당근과 오이, 그리고 통통한 새우 몇 마리가 얹어져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더위가 가시는 듯한 비주얼이었습니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과 기분 좋은 얼큰함이 일품이었습니다. 과하게 맵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육수는, 마치 여름날 지친 몸을 달래주는 듯했습니다. 면발은 국물과 잘 어우러져 부드럽게 넘어갔고, 신선한 채소와 새우의 식감은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냉짬뽕 하나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함께 주문한 메뉴는 새우볶음밥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볶음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그 담백함에 놀랐습니다. 기름기가 적고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습니다. 큼직한 새우살이 넉넉하게 들어있어 씹는 맛도 좋았습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본연의 재료 맛을 살린 솜씨가 돋보였습니다.

함께 나온 맑은 짬뽕 국물은 볶음밥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맵지 않고 개운한 맛이어서 곁들여 먹기 아주 좋았습니다. 볶음밥에 곁들여 나오는 국물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것마저도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이곳의 또 다른 인기 메뉴라는 해물 돌판 짜장면도 맛보았습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철판에 담겨 나온 비주얼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뜨거운 철판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짜장면은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갓 나왔을 때는 풍성한 해물과 윤기 나는 짜장 소스가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얇게 썬 채소와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맛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 캡사이신과 베트남 고추를 사용한 듯했는데, 그 맛이 조금 과하게 느껴졌습니다. 해물의 신선도 역시 기대했던 것만큼 뛰어나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네의 다른 중국집에서 맛보았던 해물 쟁반짜장면이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비주얼과는 별개로, 제 입맛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이곳의 또 다른 유명 메뉴인 인절미 탕수육에 대한 평이 엇갈리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호기심에 주문해보았습니다. 겉보기에는 쫄깃하고 바삭한 튀김옷 위에 고소한 콩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독특한 매력을 뽐냈습니다. 찹쌀로 만든 듯한 쫄깃한 식감과 겉은 바삭한 튀김의 조화는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 입맛에는 약간의 잡내가 느껴졌습니다. 함께 간 일행 역시 탕수육을 거의 먹지 못했을 정도로, 이 부분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사장님은 무척 친절하셨고, 요청하면 따뜻한 연유를 함께 주십니다. 이 연유에 바삭하게 튀겨낸 꽃빵을 찍어 먹는 조합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달콤한 연유와 담백하고 바삭한 꽃빵의 만남은 훌륭한 디저트 혹은 별미였습니다.
꽃빵 튀김 역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탕수육과는 다른 매력으로 맛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겉에 뿌려진 빵가루와 함께 바삭하게 씹히는 식감, 그리고 달콤한 속살의 조화가 좋았습니다.
냉짬뽕의 시원함과 새우볶음밥의 담백함, 그리고 꽃빵 튀김의 달콤함까지. 이 세 가지 메뉴는 분명 이 집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돌판 짜장면이나 인절미 탕수육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동네에서 이처럼 신선한 냉짬뽕을 맛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오늘의 메뉴 중에서 만족스러웠던 메뉴들 위주로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