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물장어 맛집, 정갈한 반찬과 재첩국까지 완벽했던 청송집

점심시간은 늘 전쟁이다. 12시 땡 하자마자 숨 가쁘게 움직이는 회사 동료들 틈에서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매번 똑같은 메뉴만 먹을 수도 없고. 오늘따라 왠지 든든하고 몸보신 될 만한 음식이 당겼는데, 마침 몇 번이나 지나치며 눈여겨봤던 민물장어집이 떠올랐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조금 한적한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만큼 조용하고 아늑한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점심시간의 짧은 여유를 더욱 설레게 만들었다.

장어 소스
따뜻한 물에 담겨 나온 장어 소스, 곁들임으로 곁들여진 생강채가 인상적이었다.

간판부터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이곳, ‘청송집’.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고즈넉한 분위기의 가게가 나타났다. 겉모습은 오래된 듯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가 마음에 들었다. 점심시간이라 북적거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자리가 몇 석 남아 있었다. 운 좋게 바로 착석할 수 있었지만, 보통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았다. 특히 회전율이 빠른 편은 아니니, 시간이 촉박하다면 조금 일찍 방문하거나 피크 시간을 살짝 피하는 것이 좋겠다.

민물장어 구이
잘 구워져 나온 민물장어의 먹음직스러운 자태.
민물장어 구이
다양한 각도에서 본 민물장어 구이, 숯불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메뉴판을 보니 역시 이곳의 메인 메뉴는 민물장어였다. 점심 메뉴로도 좋고, 여럿이 함께 와서 즐기기에도 손색없을 것 같았다. 일단 장어 1인분을 주문하고, 곁들임으로 재첩국을 추가할까 고민했다. 리뷰에서 재첩국이 별미라고 하길래 기대가 됐다. 가게에서는 손님이 앉으면 바로 장어를 구워서 내어주는 시스템인 듯했다. 테이블마다 불판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직접 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했다. 굽는 번거로움 없이 바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건 점심시간에 정말 큰 메리트다.

가게 역사 안내문
가게 한편에 걸린 안내문에서 이곳의 깊은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가게를 둘러보았다. 벽에는 가게의 역사를 담은 듯한 액자가 걸려 있었다. 1975년부터 시작되었다니, 정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이런 곳은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간다.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면서도 맛과 서비스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흔적이 느껴졌다.

가게 외관
조용한 골목 안쪽에 자리한 가게의 정겨운 모습.

이윽고 주문한 장어가 나왔다. 이미 먹기 좋게 구워져 나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장어를 바로 접시에 덜어 올렸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장어는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어 더욱 군침이 돌았다. 한 점 집어 간장 베이스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소스와 부드러운 장어의 조화가 아주 좋았다. 사실 소스가 조금 아쉽다는 리뷰도 봤었는데, 내 입맛에는 과하게 달거나 짜지 않고 장어의 맛을 잘 살려주는 느낌이었다.

메뉴판
메뉴판에는 민물장어 외에도 다양한 주류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장어와 함께 나오는 밑반찬들도 정갈하고 깔끔했다. 하나하나 손맛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갓 무친 듯한 신선한 김치와 아삭한 장아찌는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밥과 함께 먹기에도 좋았고, 장어만 따로 먹어도 훌륭했다.

식사로는 주문했던 재첩국을 맛보았다. 뚝배기에 따뜻하게 담겨 나온 재첩국은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밥 말아 먹기에도 좋고, 그냥 국물만 마셔도 속이 풀리는 듯했다. 곁들여 나온 후추를 살짝 뿌려 먹으니 더욱 개운한 맛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민물장어의 든든함과 재첩국의 시원함이 어우러져 점심 식사로 정말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민물장어를 맛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친절하신 사장님의 손맛과 정갈한 상차림,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장어까지. 바쁜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 짧은 휴식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혼자 와서 든든하게 한 끼 해결하기도 좋고, 동료들과 함께 와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곳. 다음에 또 몸보신이 필요할 때,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