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오랜만에 지인들과의 약속이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요새는 워낙 먹을 곳이 많아 어디를 가야 할지 늘 고민인데, 오늘은 특별히 고향집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이 생각나 서천의 한 식당을 찾아갔지요.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 아래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더군요. 옛날 시골집에 온 듯한 아늑함이 절로 밀려왔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메뉴는 오리주물럭과 오리로스였어요. 사실 오리주물럭은 제 단골 메뉴인데, 이곳에서는 언제나 변함없이 맛있는 맛을 자랑합니다. 붉은 양념 속에서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오리고기가 큼직한 깍둑썰기 된 양파, 파와 함께 뒤섞여 있었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매콤달콤한 양념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며 식욕을 돋우더군요.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저희는 소주와 음료수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식당 직원분이 조금 불편한 기색을 보이시더군요. 주문이 너무 일찍 들어와 다른 일을 하시기 어렵다는 듯한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 지인들 앞에서 괜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애써 참았습니다. 이런 사소한 일은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씁쓸함이 남았답니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을 수는 없었지요.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하며 젓가락을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한 숟갈 입에 넣자마자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야!’ 싶었습니다. 맵기는 적당하고 단맛은 은은하게, 그러면서도 오리고기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어요. 큼직하게 썰어 넣은 양파는 달큰하게 익어 달콤함을 더했고, 아삭한 파는 향긋함을 입혔습니다. 오리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살아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왔습니다. 이걸 먹으니 정말 고향 생각, 엄마 생각 절로 나더군요. 지인들도 연신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오리주물럭을 맛있게 먹고 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볶음밥이죠! 남은 양념에 밥을 쓱쓱 비벼 볶아내니,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환상의 맛을 자랑했습니다. 그 위에 수북이 뿌려진 김가루는 고소함을 더해주었죠. 숟가락으로 푹 떠서 입에 넣으니, ‘입에서 스르륵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매콤달콤한 맛이 밥알과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든든하고 만족스러웠어요.

오리로스도 정말 별미였습니다. 큼직하게 썰어 나온 오리고기가 돌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는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었죠. 기름기가 쫙 빠지면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오리고기는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육향을 자랑했습니다. 쌈 채소에 싸서 한 점, 혹은 그냥 소금에 살짝 찍어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었어요. 퍽퍽함이라곤 전혀 없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좋았습니다. 닭백숙이나 닭볶음탕도 이곳의 인기 메뉴라고 들었는데, 다음에 오면 꼭 맛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 집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밑반찬입니다. 그냥 흔하게 나오는 반찬이 아니라, 하나하나 손맛이 느껴지는 정성 가득한 반찬들이었어요. 신선한 쌈 채소는 말할 것도 없고, 아삭하게 잘 익은 김치, 매콤하게 무쳐낸 나물, 짭조름한 젓갈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전부 제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특히, 저는 이집의 깻잎무침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향긋한 깻잎 향과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오리고기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식사로 나오는 오리탕이 또 그렇게 구수하고 맛있더군요. 맑고 담백한 국물에 부드러운 오리고기가 듬뿍 들어 있어, 속이 다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시골집에서 든든하게 한 끼 해결한 기분이랄까요?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좋은 맛을 유지해 오신 사장님의 뚝심과 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비록 처음 주문할 때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음식 맛 하나만큼은 정말 엄지 척입니다. 정겨운 분위기, 푸짐한 인심, 그리고 무엇보다 할머니 손맛 그대로 느껴지는 맛있는 음식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서천에 오게 된다면, 이곳에 꼭 다시 들러야겠어요. 친절함은 조금 아쉬웠지만, 음식 맛 하나만큼은 주변 지역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정말 ‘행복한 한 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