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문득, 낯선 도시의 풍경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익숙하지 않은 공기, 귓가를 스치는 소음마저 낯설었지만, 그 안에서 문득 피어나는 따스함을 느끼고 싶었다. 이곳, 영해라는 작은 고장에서 나는 그렇게 예주돌솥밥을 마주했다. 무심코 발걸음 한 이곳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마음 한 조각을 채워주는 공간이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목길을 지나, ‘예주돌솥밥’이라는 간판을 발견했을 때, 왠지 모를 편안함이 밀려왔다. 허름하지만 정성스럽게 관리된 듯한 외관은,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익숙함을 선사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가 어우러져, 이곳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 짐작게 했다.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따뜻한 온기가 마음을 감쌌다.

자리에 앉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밥이었다. 흑미는 아니었지만, 짙은 색감을 띤 쌀알들이 촘촘하게 섞여 윤기를 머금고 있었다. 갓 지은 밥 특유의 구수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고, 밥솥 안에서 갓 피어오르는 김은 마치 따뜻한 숨결처럼 느껴졌다. 밥을 짓는 데 사용된 쌀알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 찰기가 남달랐다. 밥을 짓는 방식이 특별한 것인지, 아니면 좋은 쌀을 사용한 것인지, 그 비결이 궁금해질 정도였다.

밑반찬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10가지가 훌쩍 넘는 가지 수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조리된 흔적이 엿보였다. 갓 무쳐낸 듯 신선한 나물들, 제철 식재료로 만든 듯한 음식들이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된장이었다.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인 된장은, 밥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짜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내는 반찬들은, 밥 한 숟가락 한 숟가락을 소중하게 만들었다. 마치 고향집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상처럼, 투박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반찬들이 다 제 입맛에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한 입, 두 입 맛을 볼수록 그 진가가 드러났다. 어떤 반찬은 슴슴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고, 어떤 반찬은 적절한 간으로 밥맛을 돋우었다. 특히 김치와 같은 기본적인 반찬에서도 정성이 느껴졌다. 젓갈의 깊은 맛과 시원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김치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함께 나온 생선구이 또한 훌륭했다. 갓 구워져 나온 생선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비린내 없이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으며, 밥과 함께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밥을 짓는 돌솥에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이집만의 특별함이었다. 뜨거운 숭늉을 부어놓고 기다리면, 고소하고 구수한 누룽지가 완성된다. 숭늉의 따뜻함이 뱃속까지 데워주는 듯했고, 누룽지의 씹는 맛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음식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리뷰에서는 조미료 맛이 강하다는 평도 있었고, 반찬이 좀 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 내 입맛에도 일부 반찬은 간이 조금 센 듯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겨울철이라 그런지, 음식이 조금 더 따뜻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특별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이곳 직원분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부족한 반찬이 있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끊임없이 신경 써주셨다. 돌솥밥에서 나온 따뜻한 숭늉을 마시고 있는데, 시원한 얼음을 챙겨다 주시는 세심함에 감동했다. 마치 가족을 대하듯, 진심으로 손님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나는 혼자 온 손님이었음에도, 불편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비록 1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 어쩌면 그것 또한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씨 덕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리뷰에서는 위생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글도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주방 아주머니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 솔직히 그 부분은 나도 조금 신경이 쓰였다. 위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홀 서빙하시는 분들이 모두 위생에 신경 쓰고 계신 듯했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10,000원이던 돌솥밥이 13,000원, 혹은 14,000원으로 인상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정성과 맛, 그리고 친절함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푸짐하게 제공되는 밑반찬 리필과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가치를 선사했다.
영해 시장 근처에 위치한 예주돌솥밥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마치 잘 익은 밥알처럼, 찰지고 깊은 맛을 선사했고, 푸짐한 반찬처럼 넉넉한 인심을 나누어주었다. 낯선 곳에서 만난 따뜻한 한 끼 식사는, 나에게 작은 위로와 큰 행복을 안겨주었다. 다음에 또 이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분명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그때도 변함없이 따뜻한 밥과 함께,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한 상을 기대해 본다.
여행길에 만난 뜻밖의 맛집. 그곳에서 찰진 밥알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을 느끼고, 푸짐한 반찬에서 넉넉한 인심을 맛보았다. 이곳 영해의 예주돌솥밥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