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꼬막만 유명한 줄 알았지. 홀로 떠난 여행길, 읍내를 거닐다 우연히 발견한 카페 ‘노라’는 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곳이었다. 벌교읍행정복지센터 바로 근처, 붉은 벽돌 건물 옆 좁다란 돌길을 따라 들어가니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혼밥을 마치고 소화를 시킬 겸 걷다가 찾은 보석 같은 공간.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이런 멋진 곳을 발견했으니까.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나무 울타리에 기대어 핀 하얀 꽃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에서 보듯, 좁은 길 양 옆으로 푸릇한 식물들이 가득했고, 낡은 나무 대문은 마치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늑한 정원이 나타났다.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화분,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가 도시의 소음으로 지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혼자 온 여행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휴식처가 있을까?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분위기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앤티크한 가구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은은하게 빛나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 카운터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사장님께서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셨다. 혼자 온 손님에게도 어색함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모습에 감사했다.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니, 커피, 스무디, 차 종류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블루베리스무디’. 다른 후기들을 보니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듯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뷰맛집이라는 어느 방문객의 말처럼, 시원한 스무디 한 잔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보성 녹차를 사용한 말차라떼도 눈에 띄었다. 녹차 수도 보성의 위엄!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첫 방문이니만큼 대표 메뉴를 맛보는 것이 순서겠지.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던 블루베리스무디가 나왔다. 처럼, 짙은 보랏빛의 스무디는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컵 위에는 블루베리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빨대마저도 예쁜 색깔이었다. 한 모금 마셔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블루베리의 상큼함!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신선한 블루베리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푸짐한 양도 마음에 들었다.
스무디를 마시며 카페 안을 둘러보니, 다양한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한쪽 벽에는 직접 그린 듯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다른 쪽에는 아기자기한 도자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처럼, 나를 멈칫하게 만든 그림도 있었다. 볕 좋은 날, 창가 자리에 앉아 그림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는 것도 꽤 낭만적일 것 같았다.
정원을 바라보며 스무디를 마시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따뜻한 햇살, 싱그러운 바람, 맛있는 스무디, 그리고 조용한 음악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었다. 잠시 책을 읽기도 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렇게 좋은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카페 이름 ‘노라’는 ‘노래하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이름처럼, 이곳은 언제나 즐거운 노래가 흐르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에서처럼, 앙증맞은 눈사람 장식이 걸린 화분들도 눈에 띄었다.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카페를 나서기 전, 정원을 한 바퀴 더 둘러봤다. 보리수가 익어가는 풍경, 흰 꽃이 핀 작은 나무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화분들이 마치 작은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처럼,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벌교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말차라떼나 생강차 같은 다른 메뉴도 맛보고, 정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카페다.
벌교에서 뜻밖의 맛집을 발견한 날. ‘노라’에서의 시간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혼자여도 괜찮아, 이런 멋진 공간이 있으니까.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님도 분명 이 아늑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좋아하실 것이다. 벌교읍에 이런 지역명을 대표하는 힐링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운치 있을 것 같다.
: 정원의 테이블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 앙증맞은 다과와 함께 차를 즐기는 것도 또 다른 행복일 듯.
카페를 나서며,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음에 또 올게요.” 나의 인사에,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그때 또 뵙겠습니다.”
오늘도 혼밥 성공! 그리고 ‘노라’라는 멋진 카페를 발견한 행운까지. 벌교 여행의 시작이 아주 좋다.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볼까.